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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0930] 알고는 못 먹는다
관리자
작성일 : 08-10-06 09:37  조회 : 2,674회 
[한겨레프리즘] 알고는 못 먹는다 / 권복기



     멜라민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참에 먹을거리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바로 우리가 먹는 것(We are what we eat)이라고 한다.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쌀과 밀가루부터가 그렇다. 많은 가정에서 흰쌀밥을 먹는다. 흰쌀은 도정 과정에서 양분 대부분이 담긴 씨눈과 섬유질이 제거되어 ‘영양가가 없다’. 분식에 주로 쓰이는 흰 밀가루도 마찬가지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현미와 통밀이 몸에 좋지만, 사람들은 몸이 아니라 혀가 원하는 부드러운 느낌의 흰쌀과 밀가루를 찾는다.

    초등학생 생일잔치에 나오는 음식을 보면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떡과 과일로 생일상을 차리는 집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집에서 자녀 생일상에 과자·사탕·튀김류·청량음료 등을 내놓는다.

    튀김 요리를 보자. 고온으로 가열한 기름 가운데 일부는 산화해 과산화지질로 바뀐다. 과산화지질은 세포막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과산화지질의 증가는 몸 안의 항산화물질을 줄어들게 하는데, 항산화물질의 감소는 뇌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름은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면 산화해 색깔이 바랜다. 이를 막고자 과자를 만들 때 산화 방지제를 첨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탕이나 과자에 들어가는 정제 설탕도 문제가 많다. 정제 설탕에는 영양소는 거의 없고 칼로리만 있다. 우리 몸은 설탕을 소화시켜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쓴다. 따라서 정제 설탕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미네랄 소모가 많아져 뼈와 이빨이 약해진다. 그럼에도 정제 설탕은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다. 어린이 환자들을 달래느라 사탕을 주는 의료인이나, 학생을 칭찬하며 사탕을 상으로 주는 교사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정도는 덜하지만 농산물의 유해성도 가공식품 못지않다. 사람들은 많은 농가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고 있음을 안다. 하지만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적다. 특히 과실 농사에는 ‘약’이 많이 든다. 먼저, 꽃이 필 때 농약을 친다. 꽃에 벌레가 있으면 열매 안에 벌레가 자라기 때문이다. 꽃필 때 치는 농약은 벌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를 막으려고 어떤 양봉 농가에서는 벌이 먹는 설탕물에 항생제를 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수 농사에 치는 ‘약’은 종류도 많다. 열매 크기를 키우기 위해, 빛깔을 좋게 하기 위해, 당도를 높이기 위해 농약을 친다. 뿌리는 농약이 효과가 적자, 참외나 수박 같은 밭작물의 경우 고랑에 물을 넣을 때 아예 농약을 타서 넣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감나무에도 약을 친다. 예로부터 감나무는 일곱 가지 덕이 있다고 칭송받았다. 오래 살고, 좋은 그늘을 만들며,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없으며,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가 좋고, 낙엽은 훌륭한 거름이 된다고 해서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감나무에도 여러 가지 농약을 친다. 더구나 외국에서 들여오는 농산물에는 여기에다 운반 때 상하지 않도록 보존제와 살균제 등 많은 양의 화학약품이 ‘첨가’되어 있다.

   평생 과수 농사를 지어 온 한 농부의 말이 생각난다. 알고는 못 먹어요. 이런 얘기를 하면 가끔 듣게 되는 반론이 있다. 세상이 다 오염됐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내성을 키워주려면 해로운 음식을 가끔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