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유아공동체
home 마이페이지 장바구니 주문조회 contact us sitemap
  · 사진/영상자료실
  · 언론에서는
  · 정기소식지
  · 교육자료실
HOME > 우리들의 흔적 > 언론에서는
 
 
[로컬푸드 식탁혁명] <4> 학교급식의 대안 - 부산, 낙후된 급식 수준
관리자
작성일 : 08-10-16 09:04  조회 : 3,929회 

사진 설명: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서 채소 농사를 짓는 문영식씨는 "유기농 청상추에 많은 미네랄이 들어 있다"고 자랑했다.
중국산 과자를 비롯해 분유 등에서 멜라민이 잇따라 검출되며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감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중국산 식품은 쳐다보지도 말자'는 분위기가 대세이지만 중국산 식품은 너무나도 깊숙이 들어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또 부산·울산·경남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학교급식을 먹지 않는 학생이 지난 2월 현재 1만6천명(2.2%)에 달한다고 한다. 도대체 뭘 먹어야 할까? 부산의 학교급식 실태와 대안에 대해 짚어보았다.

·아이들 건강 몽땅 학교에 맡겨

"학교가 아이들 교육이나 잘 시키면 되지, 밥까지 신경 써야 하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부산시민운동본부' 김정숙 상임대표는 "우리 아이들은 아침밥 조금 먹고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 제대로 커야 할 아이들의 영양과 건강이 몽땅 다 학교에 맡겨진 것이다. 학교급식은 바로 교육이다"라고 설명한다.

급식비는 한끼당 2천원대, 매달 4만∼5만원이 든다. 점심·저녁을 다 먹는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매달 10만원 가량이 든다.

학교급식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기 위해 인터넷에 '우리학교 급식'이라고 치자 수백 개의 글이 뜬다. 대부분의 글들은 학교급식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리가 그거 먹고 야자를 버틴 게 진짜 훌륭하다', '학교급식 끊어버리고 싶어', '한 끼에 2천500원, 따지고 보면 중국산일 가능성이…', '이제 65일 뒤면 학교급식 먹는 것도 끝이네. 덧글: 난 2학년 ㅜ.ㅜ' '급식에 나오는 소고기 먹니?'

·유기농산물 배제된 부산 아이들

부산지역 학생들이 학교급식에 대해 더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올해 시도별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계획에는 부산시가 31개 초등학교에 7억4천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시도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한창 먹고 성장할 부산의 중학생·고등학생은 아예 제외되어 있다. 부산지역의 총 학생수 52만7천311명으로 나누어 보면 부산시의 연간 일인당 친환경급식비용 지원은 1천403원. 부산시는 일년 중 딱 한 끼 급식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으로 경남 29억6천340만원, 제주 37억5천만원, 인천 61억100만원을 각각 지원하고 있었다.

각 시도의 학교급식조례를 들여다보았다. 지난 2005년 제정된 부산시의 학교급식조례에는 '우수 농수축산물'로만 나와 있다. 제주의 '친환경, 우리 농산물', 전북의 '지역산 우수농산물', 서울의 '국내산 안전한 농산물'과 비교하면 현격한 수준 차이가 난다.

생태유아공동체 김영현 사무국장은 "부산지역 초·중·고에 유기농이나 로컬푸드 공급은 너무나 미비한 수준이다. 한 1%나 될까? 특히 저가 낙찰식 위탁급식이 많은 고교에는 학교가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학교 급식에 대해서는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저가 낙찰은 싸고 좋은 것을 찾는 방식. 하지만 중국산 상품에서 보듯이 싸면서 좋은 것을 찾기는 힘들다.

·로컬푸드 희망의 싹이 텄지만

부산의 현실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어둡게 보였다. 답답한 마음에 강서구 대저동의 들판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부산경남생산자영농조합법인'이 지난 2006년에 설립한 물류센터가 있다. 부산경남생산자영농조합법인은 유기농사를 지어 생협과 직거래를 하는 농민들이 단체급식도 같이 힘을 모아서 해보자고 결성했다고 한다. 시민단체와 생산자가 힘을 모아 법인을 세우고 물류센터를 건립하기는 전국에서 처음이어서 설립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현재 생산자로 가입한 농민들은 300명으로 부산지역 농민들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4대째 강서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등구엽채 영농법인 문영식(54) 대표의 채소밭을 둘러보았다. 3천여 평의 시설 하우스에서 청상추, 쑥갓, 적상추, 깻잎, 오이 등 각종 채소류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문씨는 이제 끝물이라는 오이를 따서 씻지도 않고 먹어 보라며 주었다. 무농약 오이는 일반 오이와 당도가 다르다. 부산경남생산자영농조합법인은 이처럼 그날 딴 오이를 비롯한 채소류를 시내 13개 학교에 배달한다. 영양과 신선도면에서 비교를 불허한다. 비닐하우스에는 방충망이 씌워져 있다. 농약을 치지 않아 벌레가 많다는 설명이다. 벌레가 살지 못하는 곳, 그곳에서 자라는 농작물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문 대표는 "우리 농작물을 꼭 써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자식들이 잘 먹어야 될 것 아니냐? 부산은 다른 시도에 비하면 아무 농산물이나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다"고 섭섭해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은 제주도에서도 가져가고, 일본으로도 수출된다. 생산량의 10분의 1 정도만 부산에서 단체급식으로 소비되는 수준이다.

·부산시 의지가 관건

부산경남생산자영농조합법인의 물류센터에는 기장 철마산 표고버섯, 김해 당근, 산청 찹쌀 등이 당일 각 학교로 운송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경남생산자영농조합법인 한 관계자는 "우리 법인 내에서도 김해지역 농민들은 김해시의 단체급식 지원으로 생산량이 부족한 반면에 부산 농민들은 단체 급식량이 적어 애로를 겪는 현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회원들의 10만평 유기농 밭이면 부산지역에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문제는 부산시의 의지이다. 하지만 재정 자립도가 약한 부산시는 항상 예산 타령이다.

김정숙 대표는 현재 122개 전 교육시설에 친환경급식을 시행하는 전남 나주시의 예를 들며 "나주가 부산보다 잘 사냐? 나주에 세수 나올 때가 있냐?"고 꼬집었다. 나주시의 예에서 보듯이 지자체장의 마인드에 따라 예산을 아이들의 급식을 위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어민교사를 늘려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는 게 순서가 아닐까?

교육청 급식 위원인 하선규 시의원은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은 어른들이 식자재로서 보살펴야 한다. 그런데 부산의 급식비가 김해보다 적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내년에는 단체 급식비 예산을 개혁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고, 농민을 살리는 길. 로컬푸드가 보배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ilbo.com